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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나기의 첫사랑썰...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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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편...http://www.ttking.me.com/359027


열쇠구멍이 있는 서랍과 손에 쥐어든 열쇠, 당연히 다음 장면에선 서랍이 열릴 수 밖에...;


내가 앉은 자리에선 서랍 속이 보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 서랍의 크기로 보아 고작 테잎 서너 개 밖에는 안들어가겠더라. 이윽고 지은이의 손에 달려 올라온 것은 역시 비디오테잎이었고 특이하게도 응당 그자리에 있어야할 스티커 라벨이 뜯겨져 있었다. 그 끈적끈적한 풀과 스티커 종잇장의 얇고 반투명한 흔적만이 남아있을 뿐이었다. 사실 남자라면 중학교만 올라가도 대부분 이 정체모를 테잎에 대해 알게 된다. 친구좋다는게 뭔가?ㅋ 하지만 4학년 코딱지에게는 그냥 조금 수상하게 느껴질 따름이었다. 사실 전반적인 상황 자체가 미스터리 투성이다. 1학기가 거의 다가도록 말한마디 섞어본적 없던 여자아이로 부터의 목적이 불분명한 초대에 이은 갑작스런 비밀서약, 그 다음이 정체모를 비디오감상이라니...;


테잎을 쥐어든 지은이는 익숙한 손놀림으로 비디오를 켜고, 티비를 켜고, 리모컨을 찾아 채널을 2번에 맞춘다. 입구에 대고 살짝 밀어넣은 테잎은 미끄러지듯 비디오 속으로 사라져버리고 이내 티비 화면은 파란색으로 바뀐다. 이때였다. 지은이가 갑자기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본건... 혹시 내가 못미더워서 였을까? 분명 그 눈빛에는 약간의 망설임이 있었다. 반면 알듯 모를듯 살짝 치켜 올라간 입꼬리가 엷은 미소를 머금고 있는 걸로 보이기도 했다. 이건 뭐 모나리자도 아니고... 지금 생각해 보면 아마 그때 지은이는 내 표정을 확인하고 싶었을 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그때의 내 표정이 어땠을지는 지금의 나도 궁금하니깐...


뭐, 이거야 말로 진짜 안봐도 비디오지만... "옛날 어린이들은 호환, 마마, 전쟁..." 그런거 없다. 파랗던 화면이 갑자기 온통 살색으로 도배되어 간다.티비속엔 어른들이 있고, 옷을 입지 않고 있고, 뒤엉켜 있고, 움직이고, 뭔가 반복적으로 움직이고, 어디 아픈 듯한 소리를 내기도 하고... 당연히 처음에는 이게 뭔지 몰랐다. 뭔지도 모르는데 그 장면장면이 어째서 충격으로 다가왔는지도 알 수가 없다. 갑자기 심장이 미칠듯이 방망이질 쳐서 터져버릴 것만 같았다. 소파에 앉아 있었기에 망정이지 서있었더라면 주저앉아버릴만큼 온몸의 맥이 탁 풀리는 걸 느꼈다. 충격과 공포, 그리고 현기증...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왜 화면에서 눈을 땔 수가 없는 건지... 표정관리 따위 안중에도 없었다. 지은이가 날 쳐다보고 있다는 사실조차 잊었다. 도대체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뭔가 정신이 살짝 돌아오기 시작하고, 아부지가 사다놓은 성인만화잡지에서 훔쳐보던 장면들이 살아 울직이기 시작하며 오버랩된다. 아~! 그때 그 그림들이 실제로는 이런식으로... 그래, 난 지금 그걸 보고 있는 것이었다. 저 행위, 일년 전부터 시작된 내 이른 사춘기의 그 모든 궁금증과 답답함들에 대한 1차원적인 해답이 지금 내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었다. 충격과 공포는 서서히 알 수 없는 이상야릇한 흥분으로 변해가더니 말로 설명하기 힘든 어떤 희열에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었다.


아마 정말로 한참이 지났을 것이다. 내 눈에 나를 바라보고 있는 지은이가 들어온건... 그 표정은 뭐랄까, 일종의 장난기 어린 성취감? 순간 부끄러움으로 얼굴이 벌겋게 닳아오르는게 느껴졌다. 침이라도 흘릴듯이 넋놓고 벌려진 입, 휘둥그래 뜬 눈에 비해 반쯤 풀려버린 동공, 그래 일단 내 표정부터 추스르고... 근데 사실 문제는 표정이 아니었다. 아랫도리가 묵직한게 바지를 뚫을 듯이 솟아 있었다. 도대체 쿠퍼액을 얼마나 쏟았으면 바지까지 얼룩이 베어 나왔을까...; 일단은 냅다 화장실로 뛰었다. 내 뒤통수에 아마도 비웃고 있을 것만 같은 지은이의 시선이 느껴진다. 쪽팔린다. 한없이 쪽팔린다. 급한대로 바지를 내리고 휴지로 닦아본다. 어떻게든 말라야 집에 갈 수 있으니... 아니, 당장은 집에 가는게 문제가 아니다. 문밖에는 지은이가 있다. 내가 놀래서 오줌이라도 지린 줄로 알면 곤란하다. 아니, 이건 오줌이 아니라고 설명을... 아니다, 그게 더 쪽팔린다. 근데 쟤가 그걸 알기는 알까? 아니, 어쩌면 지은이가 나보다 더 많이 알고 있지 않을까?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문다. 그게 문제가 아니다. 일단 바지부터 말려야 한다. 아무리 닦아 본들 그게 그렇게 빨리 마를리 만무하고, 어짜피 부풀어오른 아랫도리도 아직까지 가라앉을 기색이 없다. 방법이 없다.


"(노크)똑똑. 정현아. 괜찮나?"


뭐가 괜찮냐는 건지... 진짜 괜찮을 수 있을 거라 생각 하는 건지... 원망스럽기까지 했다.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 난 전혀 괜찮지가 않았으니깐...


"우리 엄마 올때 다돼 가는데..."


아뿔싸...ㅠㅠ 진짜 죽고싶었다.


"일단 문좀 열어 바바."


"나 지금 볼일보고 있는데 배가 아파서... 잠깐만..." 되지도 않는 핑계를 대고 있다. 그나저나 과연 지은이는 어디까지 봤을까?


"그래. 언능 나온내이~"


"근데 잠깐! 지은아!"


"어?"


쪽팔린다. 진짜 쪽팔린다. 하지만 달리 방법이 없다.


"니 체육복 바지좀 빌려주면 안되나?"


"알겠다. 빌려줄께~"


얘는 대체 어디까지 알고 있는 걸까? 분명 화장실에서 한참을 꼼지락 거리다 나왔음에도 불구하도 나한테 아무것도 물어보지 않는다. 마치 다 알고 있다는 듯 무심한 그 표정, 왠지 기분나쁘다. 그저 빨리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 밖에 들지 않았고, 또 실제로도 그래야만 했다. 지은이 엄마가 오고있고, 너무 늦으면 우리 집에서도 걱정들 하신다. 우리집까지 또 한참을 걸어야 했다. 둘둘말아 한손에 꼭 쥔 바지를 가방에 구겨넣고 문을 나설 채비를 한다. 그런 나를 지은이는 아무 말도 없이 물끄러미 보고만 있다.


"나 갈께."


"그래. 잘가."


엘리베이터를 타러나온 복도까지 지은이가 따라나선다. 버튼을 누르고 엘리베이터를 기다린다. 제발 빨리좀 왔으면... 얘는 또 왜 이까지 따라나와서... 아까 인사까지 했는데... 에이씨... 이놈의 엘리베이터 더럽게 늦게 오네...........................................


"근데 정현아."


"응?"


"또 올거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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