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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팔의추억- #외딴 아파트 베란다 창틀에 기대서서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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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팔시리즈의 성공을 보면서

아련했던 옛 추억들을 꺼내 팔아볼까 싶다.



때는 1990년대 막바지, 

피씨통신을 통해 수많은 1:1 벙개와 떼벙개와 정모들이 활성화되던 시기였지.

나도 여기저기 호기심에 기웃거리며 가입했던 방들이 꽤 많았었는데...

거기서 만난 인연들이 아련아련하다.

하도 오래 전 이야기라 정확한 기억이 아니라도 이해를...



여러 사람들이 떼로 모여 있던 정팅방이 하나 있었는데,

문학 어쩌고 하는 방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거기서 친해진 누나가 한 명 있었는데

나는 20대 후반의 직장을 옮기는 사이에 잠시 쉬고 있던 백수였고

그 누나는 지방소도시에서 혼자 살고 있던 띠동갑뻘 되는 돌싱이었다.



첨엔 아무 생각없이 수다나 떠는 사이였는데,

이 누나가 외로왔는지 1:1 채팅을 해도 대화가 끊어지질 않고 계속 이어지길래

"나 노는 동안 한번 놀러가도 되요?"

했더니 "콜~"로 받아주셔서 시간을 잡아 누나네 동네로 고속버스타고 휭~




버스터미널에 마중 나온 누나는

선그라스에 자그마한 체구,

전체적으로 동글동글한 인상이었는데 이목구비는 오목조목하니 예쁜 편이었다.

누나도 이런 개인적인 만남은 첨이라고 하며 발그레한 표정이었고,

나도 뭔가 몽글몽글 좀 꿀렁꿀렁 설레는 기분이 오묘했었지.

시외로 빠져 드라이브를 하면서 수다를 떨고,

교외에 있는 산사 앞 주차장에 차를 대고 등산로 입구까지 함께 걸으면서 이야기를 했는데,

"나란아, 넌 여친 없어?"
"헤어진 지 쫌 됐는데... 누나는 혼자 살기 안 외롭나?"

"뭐 그냥 가끔 채팅도 하고, 일도 하고 하다보면 잘 모를 때도 있는데... 밤에 혼자 집에 들어갈 때는 좀 적적하지.."

"글쿠나... 내가 가끔 놀러와서 같이 놀아줘야겠꾼!!"

산보하듯이 같이 걸으면서는 가끔 어깨나 부딪치며 웃는 정도지

별 스킨십은 없었고, 또 그런 마음이 동하는 것도 아니었다.

걍 편한 누나랑 오랜만에 바람 쐬는 기분?

그런데, 산사 입구까지 갔다가 등산로가 시작되는 지점에서 다시 돌아 내려오다가

도토리묵이랑 감자전을 파는 등산로변에 있는 노점같은 곳에 앉아서 동동주를 한잔 하고 가기로 했는데...



그 때가 가을 단풍이 들기 시작할 때쯤이라

누나는 망토 비스무리하게 생긴 숄을 걸치고 나왔었는데,

동동주 한 두잔이 들어가고 나니까 열이 올라왔나보다.

"아, 오랜만에 마셨더니 술이 올라오네, 덥다..." 하면서

숄을 벗어서 옆자리에 두는데,

작고 동글동글하게 봤던 몸매가 라인이 살아숨쉬는 봉긋선이 보이는거다.

키는 작지만 마르지도 않고 균형이 잘 잡힌 느낌?

"오... 누나, 아직 죽지 않았네... 한 몸매 하시네..."

내 칭찬에 누나는 싫지 않은 삐죽임을 보이더니 은근 좋아하는 눈치다.

"누나한테 못하는 소리가 없냐.. 다 늙은누나 떨리게 하기 없다..."

떨려? 몸매 이쁘다는 소리에 떨린다?

난 여기서 이번 여행에서 장차 일어날 역사(?)에 대한 불길한 기운을 감지했다.

'아, 이 누나가 날 남자로 보네?'

한편으론 설레기도 하고, 한 편으론 외로와하는 누나의 모습이 가엾기도 하고 좀 복합적이었던 것 같다.



화장실을 다녀오다가 슬쩍 옆자리에 앉았다. 

"누나 얼굴이 발그레한대? 취했어?"

"오랜만에 마셨더니 그런가봐..."

난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이구... 술도 잘 못 마시면서 왜 그랬어... 일루와 나한테 기대고 있어."

하면서 누나의 볼을 한 쪽 손으로 끌어와서 내 어꺠에 기대게 했다.

깜짝 놀라면서도 내 손을 잡지도 못하고, 어깨에 기댄 얼굴을 떼지도 못하는 누나가 느껴졌다.

"많이 취한거 같아?" 하며 난 누나의 볼에 손을 대고 

누나의 손을 잡아 주물러줬다. 아,,, 찌릿해... 

누나 목소리가 갑자기 앵앵 앵기기 시작한다.  

처음엔 어정쩡하게 기대어 있던 볼따구도 몸 전체로 기대오는 느낌이 묵직해지고...



"이궁... 울 이뿌니 누나 내가 업구 가야 되겠네..." 

하면서 허리를 끌어당겨서 궁디를 토닥토닥 해주니까 

"야아~ 어딜 쳐어어~~" 하면서 싫지도 않은 티를 억지로 낸다.

얼굴엔 부끄러움과 함께 웃음이 번져 있다.

"아까 첨에 터미널에서 만나서 나 보니까 어땠어?"

"생각보다 되게 깔끔한 스타일이어서 좋았어. 나 그런 스타일 좋아하거든..."

"그럼 어떡해... 그렇게 좋아서? 울 누나 그렇게 좋아하는데 내

가 키스라도 좀 딥하게 해드리고 그래야 하는데... 어디서 하지?" 

누나는 막 웃으면서 눈은 흘기는데 싫단 소린 안한다. 빙고다!



(좀 있다 다시 이어가자...  첨 써보려니 이야기가 길어지네...ㅜㅜ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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